<국내성지058> 바람이 허락하는 섬 추자도, 황경한 묘 190129
오늘은 바람이 허락해야 갈 수 있다는 섬, 추자도의 황경한 묘를 순례하기로 예정된 날이다.
아침 7시에 눈을 뜨자마자 창밖을 내다보니 동녘 하늘이 붉게 밝아오고, 주변 골프장의 억새풀도 미동도 없다.
어제의 암담했던 날씨에 비해 하룻밤새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 곳이 제주도라는 섬나라이다.
제주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9시 30분에 출항하는 씨월드고속훼리(064-758-4234)의 초쾌속선 퀸스타2호를 탔다.
이 배는 제주 - 추자 - 해남우수영을 왕복하는 배로, 돌아오는 배는 추자도에서 오후 4시30분에 출발한다.
제주 - 추자간 운항시간은 한시간 정도 걸리며, 추자도에서 6시간 정도의 활용시간이 있다.
퀸스타2호는 잔잔한 바다위를 쾌속으로 달려 드디어 상추자도 터미널에 승객들을 토해 놓는다.
우리는 어제 황사평 성지에서 만난 이대원 미카엘 신부님이 소개해 주신 다미네 민박 신건철 사장(010-3693-9771)님을 만났다.
이 분은 민박을 운영하시면서 원하시는 손님을 봉고차로 성지를 포함한 추자도 명소를 안내해 주신다.
추자도는 제주항에서 북쪽으로 약 45km 떨어진 섬으로 상.하추자, 추포, 횡간도 등 4개의 유인도와 38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다.
바로 이곳 하추자도에 황사영의 아들 황경한의 묘소가 있다.
백서(帛書) 사건으로 유명한 황사영 알렉시오와 정난주 마리아 사이에서 태어난 황경한은 신유박해 때 백서 사건으로 부친 황사영이 순교한 후,
어머니 정난주가 제주도로 유배되는 과정에서 하추자도에 남겨지게 되었다.
하추자도에 남겨진 경한은 오씨(吳氏) 성을 가진 한 어부의 손에 거두어졌다.
경한이 추자도에 떨어졌을 때 그가 입고 있던 저고리 동정에서 나온 이름과 생년월일에 따라 그가 바로 황경한임을 알게 되었고 오씨의 아들로 키워졌다고 한다.
오씨의 집에서 장성한 경한은 혼인하여 두 아들 건섭과 태섭을 낳았는데, 그 후손이 아직도 추자도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낯설고 외로운 유배지에서 생을 다한 황경한은 사망한 후 예초리 남쪽 산의 중간 산등성이에 묻혔다.
하추자도의 황경한이 살던 오씨 집은 1965년 불타 없어졌고, 그 집안에서 간직해 온 경한의 젖먹이 때 옷이나 가첩 등도 그 때 모두 소실되었다고 한다.
(한국천주교성지순례/한국천주교주교회의)
걸음이 빠른 젊은이들은 순환버스를 타고 올레길을 따라 섬 관광과 순례길을 동시에 할 수 있지만,
우리들 걸음으로는 황경한이 놓여졌던 갯바위까지 순례길만 걸어가기에도 시간이 부족하고, 초행길에 자칫하면 돌아가는 배를 놓칠수 있다.
상추자 선착장에서 출발하여 상.하추자를 연결하는 추자교를 거쳐 먼저 하추자 묵리고갯마루에 도착한다.
바다와 섬이 만들어 내는 풍광이 너무나 아름다워 아예 포토죤을 설치해 놓았다.
묵리고갯마루
추자10경 중 4경에 해당하는 수덕낙안(水德落雁)이다.
수덕도의 섬삼봉(사자머리)에서 물새들이 먹이를 쫓아 물로 쏜살같이 내리 꽃히는 광경이 수덕낙안이라는데 지금은 밀물 때라 섬이 작아 보인다.
묵리고갯마루에서 보이던 작은묵이 체험어장인데 저 앞에 보이는 작은 정자가 처녀당이다.
옛날에 이 어장마을에서 처녀들이 물에 빠져 죽는 일이 잦았는데 이 처녀당을 세우고 고사를 지내고 부터 그런일이 없어졌다 한다.
갯바당잡이 체험어장의 물색이 눈이 시리도록 푸르다.
추자6경에 해당하는 장작평사(長作平沙)이다.
신양 포구의 해변을 가리키는데, 폭 20여m에 길이 300m의 몽돌 해변이다.
이곳에 특이한 모습의 시설물이 있는데 용도가 무었인지 모르겠다
수로안에는 팔뚝 같은 잉어들이 수두룩하다.
드디어 신양1리 모진이해수욕장이다.
순환버스를 타고 오면 여기서 내려 앞에 보이는 길을 따라 30분 정도 걸어가면 황경한의 묘가 있다.
이 포장 도로는 개설된지 얼마 안된것 같은데 봉고차가 겨우 교행할수 있다
드디어 황경한의 묘에 왔다.
얼마전까지 다녀온 분들 블로그에는 묘 앞의 비석이 없었는데 최근에 정비가 된것 같다.
언덕 위 정자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황경한이 버려져 있던 바위의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
최근에 고갯마루에서 갯바위까지 나무데크가 설치되 갯바위 접근이 가능해졌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바다는 올망졸망 늘어선 섬들이 모여 아름답기 그지없다.
저아래 해안에는 추자3경으로 불리는 신대어유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길가에 황경한의 눈물이라고 이름 붙여진 옹달샘이 있다.
어미를 그리워 하는 아들의 애끓는 소망에 하늘이 탄복하여 내리는 황경한의 눈물로서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늘 흐른다고 한다.
추자3경으로 불리는 신대어유(神臺漁遊)이다.
하추자 예초리와 신양리 사이의 신대에는 천혜의 황금어장이 형성되어,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다.
신대어유를 지나 예초리의 신대산전망대이다.
여기서 나무데크를 따라 내려가면 눈물의 십자가 곧 황경한이 놓여졌던 갯바위까지 갈 수 있다.
나무데크의 끝부분 그 아래 움푹 파인 갯바위에 아기 황경한이 놓여졌다고 한다.
전에는 그 자리에 황경한 인형이 놓여있었고, 오른쪽 바위 위 폐기물이 있는 곳에 황금 십자가가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없어진 걸로 보아 새로운 시설을 하고자 철거를 한것 같다.
황경한 묘 순례를 마치고 봉고차를 타고 순례 확인 스템프가 있는 추자 공소(064-742-3777)로 가기위해 상추자로 가며 주변 풍경을 감상한다.
다시 추자교 앞이다.
앞에 보이는 조형물은 추자도 특산물 참굴비 조형물이다.
추자교를 지나 상추자로 들어선다.
상추자항으로 들어서며 등대산공원의 정자와 충혼탑이 보인다.
천주교 추자 공소의 모습도 새로 지은지 얼마되지 않는지 깨끗하고 멋진 모습이다.
옥상위 예수성심상도 '모든이여 어서 오라' 팔 벌리고 환영한다.
(추자공소 T : 064-742-3777)
입구에서 스템프를 찍고 성당 안으로 들어간다.
다른 어느곳 스템프를 찍을 때 보다 감격스럽다.
신축 하기전에 사용하던 옛날 공소의 모습이다.
시간 여유가 조금 있어서 가까이 있는 용둠벙 전망대로 간다.
산정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 추자도 절경인 나바론절벽을 보고 찍어야 하는데
걸어서 거기까지 갔다오면 점심식사 시간이 없다고 안내인이 만류하는 바람에 올라가지 못해 못내 아쉽다.
안내를 맡은 신건철 사장님의 추천으로 오동여 식당에서 추자도 특산물 굴비정식을 시켰다.
1인분에 조그마한 굴비 2마리가 나오는데, 1인당 10,000원이면 무난하다는 생각이 든다.
신건철 사장님 안면으로 고등어구이 반토막이 덤으로 나왔다.
신건철 사장님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당초 약정 요금이 1십만원이어서 그대로 드렸더니 조금 섭섭한 표정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도 승선 시간까지 한시간이나 남는다.
면사무소와 경찰서 뒷쪽에 있는 최영장군 사당을 둘러보기로 했다.
사당에서 내려오면서 보이는 등대산공원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이제 황경한의묘와 추자도를 이별해야 할 시간이다.
올 때 보다 더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퀸스타2호의 선실안 푹신한 의자에서
가장 어려운 난코스 순례를 성공적으로 마쳤음을 만족하며 나른한 잠속으로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