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성지161> 수원교구 순례사적지, 용문 성당 210705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가 2020년 11월 29일에 수원교구 '순례 사적지'로 선포한 네 곳의 성당 중 마지막으로 용문 성당을 순례한다.
용문 성당
본당 설립일 : 1908년 3월 5일
본당 주보 :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본당 주소 :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용문로 421(다문1리 산 10번지)
전화번호 : 031-771-8181
용문산 자락에 위치한 용문 성당은 한국 천주교 초기 교회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한국천주교회 창설주역이자 '하느님의 종'인 권일신(프란치스코 하비에르, 1751~1791)과 초기교회 지도자인 조동섬(유스티노, 1739~1830)이 함께 용문산에서 8일간 피정을 했기 때문이다.
병인박해 순교자인 민효원, 조 서방, 조 타대오, 조치언 등이 현 용문 성당 관할지역 안에서 거주했으며(지평 마당재, 조계), 순교자 민효원도 안장되어 있다(마룡리). 병인박해 이후 숨어든 교우들이 옹기를 만들어 생활하면서 교우촌을 이루었으며, 1908년 3월 5일 조제(Jaugey, 楊秀春, 요셉) 신부가 초대 주임으로 용문면 덕촌리 퇴촌에 부임하면서 설립되었다.
제4대 주임 손성재 신부가 마룡리(마네)에 새 성전을 건립하고 마룡리 성당으로 지칭하며 본당 기틀을 마련했다. 16년간 열정적 사목으로 관할지역의 공소만도 34개의 공소를 돌보았는데, 멀리 강원도 화천까지 공소가 있었다.
1915년에 건립된 마룡리 성당은 6.25 전쟁 와중에 파괴되었고, 1955년 현재 성당 부지를 매입하여 1956년 성당을 신축했다. 지금의 성당은 1992년 새로 건축했으며, 1997년에 자본당인 양동 성당을 분가시켰다.
용문 성당 제3대 주임 페랭(Philippe Perrin, 白文弼) 신부는 6.25전쟁 때 대전에서 희생되었으며, 현재 근현대 신앙의 증인 '하느님의 종'으로 선정되어 시복시성 절차를 밟고 있다.
신앙선조의 아름다운 신앙의 유산을 이어받아 본당 역사에 길이 남을 '대부모의 날'을 통해 한 가족 같은 성당을 이룩하는 데 지금도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용문 성당은 용문면 시내 회전로터리에서 바로 정문으로 진입하게 되어 있다.
정문을 들어서면 용문 성당 표지석과 두 팔 벌려 맞으시는 예수님의 환영을 받는다.
오늘은 운 좋게도 성당으로 올라가는 언덕길이 온통 노란색의 원추천인국(루드베키아)이 만발했다. 성당의 돔과 십자가가 노랑색인데, 이와 조화를 맞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원추천인국을 심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평화로운 얼굴에 인자한 웃음을 띈 예수님도 원추천인국 꽃밭에서 평화를 즐기고 계시는 듯하다.
정면에서 계단으로 올라가 본다. 노란색 돔 위에 세 개의 십자가도 노랗다. 가운데 십자가는 아기 예수, 왼편 돔과 십자가는 성모 마리아, 오른편 돔과 십자가는 요셉 성인을 상징한다고 한다. 그리고 노란색은 용문지역의 상징인 은행나무잎을 상징한다고 한다.
통상 성당 건물 위에는 예수상을 모시는 것이 일반적인데, 여기는 성모상을 모신 것만 보아도 이 본당의 주보가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임을 짐작할 수 있겠다.
성당의 모습을 사면으로 돌아가며 조망해 본다.
정문 유리창에는 이 지역 순교자들의 모습을 유리화로 그려 놓았다.
벽에는 '순례 사적지' 표지, 전대사 지정 성당 표지, 성당 심벌마크와 해설 등을 알려주는 글들이 걸려있다.
성당 안으로 들어서자 일층에는 성당 사무실과 용문 성당 역사전시관이 마련되어 있어서 순례객들에게 이해의 도움을 주고 있다.
역대 주임신부님들 사진을 보다가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제16대 주임신부였던 정영식 바오로 신부님이 내가 분당 성 루카 성당으로 전입했을 때 분당 성루카 성당의 제5대 주임신부님으로 사목 하시면서 영성신학 교육 붐을 일으키셨던 분이다. 지금은 건강이 악화되어 안식년을 쉬고 계시는데 하루빨리 쾌차하시기를 기도했다.
역사전시관에는 천진암 주어사 강학회를 통해서 권철신 등의 신앙 선조들이 자연 발생적으로 천주 교리를 연구하고 신앙으로 발전시킨 과정과 이 지역이 그 요람이었음을 부각하는 내용들로 잘 정리되어 있다.
성당 내부와 제단, 유리화 등의 모습이다.
2020년 12월에 준공된 교육관 및 사제관의 모습이다.
성모동산의 모습이다. 성모동굴을 보호하려는 듯 기울어진 소나무의 모습이 특이하고, 성모동굴 좌우의 장미꽃과 백합이 성모님의 모습처럼 우아하고 아름답다.
성모동굴 옆에 조성해 놓은 옹기 가마가 이 지역이 옹기를 구워 팔아 생계를 유지하면서 신앙생활을 하던 교우촌이었음을 설명해 준다.
제4대 주임 손성재 야고버 신부가 16년간 사목 하며 34개의 공소를 돌보았다는데, 이를 표현하기 위해 34개의 옹기에 관할했던 공소 이름을 적어 놓았다.
옹기 행렬이 끝나는 뒤쪽에 야외 십자가의 길이 있다.
대형 십자가를 중심으로 오른쪽 시작 기도처부터 울창한 소나무 숲에 십자가의 길이 조성되어 있다.
예수 부활의 제15처까지 도착하면 소나무 숲을 한 바퀴 돌아 다시 대형 십자가 앞이다.
성당 뒤쪽에서 보이는 노란 종탑과 십자가를 바라보며 석별의 정을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