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개비는 울음소리뿐, 성호호수연꽃단지 170711
어제 밤까지 억수로 퍼부은 집중호우가 여기저기 물난리를 가져왔다.
오늘 아침부터 개여서 몇일간 찜통더위에 들어갔다가 주말에는 다시 비가 온다는 예보다.
장맛비 때문에 야생화도, 요즘 절정인 연꽃도 제대로 구경을 못했다.
세미원을 또 가기도 뭣하고, 경기도 동남지방의 연꽃단지를 검색해보니 이천의 성호호수 연꽃단지가 소개된다.
경기도 이천시 설성면 장천1리에 있는 이 연꽃단지는 2008년에 이천시가 조성한 연꽃단지이다.
이 곳은 대중교통으로는 찾아가기가 불편하지만, 개개비라는 새 때문에 조류사진가들에게 인기가 있는 곳이다.
11시 정도에 도착했는데 아직 날씨는 흐리다.
우선 입구에 있는 포토존에서 기념촬영부터 한다.
넓이 2.9 ha의 단지에 홍련, 백련, 황련의 연꽃이 별도로 단지가 만들어져 있다.
중심이 되는 백련지는 벌써 연꽃이 다 져버리고 연밥만 빽빽이 들어선 가운데 드문드문 지금 핀 꽃이 더러 있다.
홍련지와 황련지는 연밭이 많이 상하고 문드러져 빈곳이 많았으며 그나마 꽃봉우리도 제대로 맺지 못했다.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연꽃을 구경하려는 지역민들도 있지만
그 보다는 개개비라는 새를 찍으려는 사진가들이 더 많다.
개개비는 참새목 휘파람새과에 속하는 통과성 여름 철새다.
몽골 등지에서 4월 하순에 날아와 10윌까지 볼 수 있다.
바닷가나 강변의 갈대밭과 잡초 속에서 곤충 · 개구리 · 달팽이 등을 먹고산다.
연밭의 연꽃 줄기에도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아 기른다.
번식기에는 여러 마리의 수컷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연밥이나 봉우리에 직립 자세로 앉아 서로 경쟁하듯이 지저귄다.
이 모습을 사진찍기위해 사진가들이 더위를 무릅쓰고 찾아드는 것이다.
(야생조류 필드 가이드 박종길에서 퍼옴)
나는 조류 사진에는 큰 관심은 없지만 사진 찍을만한 연꽃이 별로 없고
많은 사람들이 개개비를 찍으려고 하므로 호기심에 나도 그 쪽으로 합류했다.
개개비가 워낙 작고 멀리 있어 적어도 500mm 망원렌즈는 있어야 찍을 수 있는데
다행이도 내가 갖어간 렌즈가 500mm 반사망원렌즈이어서 개개비를 찍는데 문제가 없다.
그런데 개개비는 가끔 날아다니기는 해도 연밥 위에 앉지를 않고 재잘거리는 울음소리만 들린다.
연잎 밑에 있는 연꽃 줄기에 둥지를 만들어 놓고 그 속에서 재잘거리기만 할 뿐 위로 올라오지를 않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삼각대 위에 커다란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를 올려놓고 기다리지만 감감 무소식이다.
개개비에 대해 잘 아는 분들의 말로는 오전 10시 이전과 오후 3시이후에 먹이활동을 할 때 많이 움직인다고 한다.
그래서 마련되 있는 쉼터에서 휴식을 하면서 기다렸다가 오후 3시부터 촬영대기에 들어갔다.
어떤 이들은 대형 파라솔까지 준비한 중무장을 하고 장기전을 펴는 사람들도 있다.
다섯 시간 가량을 애썻지만 개개비의 울음소리만 실컷 듣고 연밥이나 연꽃봉우리에 앉은 모습은 구경도 못했다.
무더위에 흘린 땀을 생각하면 억울하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전 연밭을 훑어서 백련 몇송이를 담아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