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이야기/광주.전남

배롱나무꽃, 담양 명옥헌 원림 230818

소재지 : 전라남도 담양군 고서면 후산길 103 (산덕리)
문화재지정 : 명승 제58호
방문일자 : 2023년 8월 18일,  맑음
 
 
 
명옥헌을 방문할 때는 명옥헌으로부터 600m 정도 떨어져 있는 산덕리 마을 입구 명옥헌주차장에 파킹을 하는 것이 좋다. 명옥헌 앞에 작은 주차장이 있지만 배롱나무꽃이 만개하는 때에는 방문객이 많아 턱없이 부족하고 마을에까지 주차를 해서 주민들의 불편이 많다. 입구 주차장에 파킹을 하고 340년이 넘은 느티나무 보호수와 산덕리 마을 구경을 하면서 10분쯤 걸어가면 건강에도 좋다.
 

 
명옥헌 원림은 조선 중엽에 명곡 오희도(明谷 吳希道, 1583~1623)가 산천경개를 벗하며 살던 곳으로 그의 아들 오이정(吳以井, 1619~1655)이 선친의 뒤를 이어 이곳에 은거하면서 만든 정원이다. 오이정은 자연 경관이 좋은 도장곡에 정자를 짓고 그 앞에 연못을 파서 주변에 배롱나무와 소나무를 심어 가꾸었다. 명옥헌(鳴玉軒)이란 계곡물이 흘러 하나의 못을 채우고 그 물이 아래의 연못으로 흘러가는 과정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마치 옥구슬이 소리를 내는 것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담양은 정자원림의 고장이다. 명옥헌, 소쇄원, 식영정, 송강정, 면앙정, 환벽당, 독수정 등 가사문학의 산실이 되었던 정자가 모두 이 지방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담양은 나무로 유명하다. 대나무, 메타세쿼이아, 배롱나무가 주종을 이루는데 그 중에서도 배롱나무는 명옥헌 원림을 대표하는 여름 꽃나무다. 다른 지역의 배롱나무꽃이 7월말 한여름에 개화가 피크를 이루는데 비해 명옥헌의 배롱나무꽃은 8월 중순 여름의 끄트머리에 피크를 이룬다. 내가 찾아온 타이밍은 좋았는데 개화상태가 그다지 좋지를 않다. 올해는 긴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햇볕을 제대로 보지 못해 예년에 비해 꽃을 제대로 맺지 못한 듯하다.
 

 
명옥헌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아담한 규모의 정자이다. 정자의 한가운데에 방이 위치하고 그 주위에 ㅁ자 마루를 놓은 형태로 소쇄원의 중심 건물인 광풍각과 동일한 평면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형식은 호남 지방 정자의 전형이다. 방이 있는 정자에서는 별서의 주인이 항상 머무를 수 있고, 공부를 하거나 자손들을 교육할 수도 있다. 명옥헌은 이와 같이 은일자의 거처나 후학들을 가르치는 교육의 장소로 활용하기에 알맞은 구조를 지녔다.
 

 
정자를 오른쪽으로 하고 돌아 계류를 거슬러 오르면 조그만 바위가 있는데 이곳에 우암 송시열이 썼다는 '명옥헌 계축(鳴玉軒 癸丑)'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명옥헌에 걸려있는 '삼고(三顧)'라는 편액은 인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에 오희도를 중용하기 위해 멀리 찾아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조는 반정 직전에 세상을 돌며 뜻을 함께할 사람들을 찾아다녔다는데 이때 만난 선비 오희도를 등용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명옥헌 원림의 지형은 안온하다. 전면은 후산마을의 고개가 낙타의 등처럼 드러나 있어 시야를 가리고 왼편은 들판, 오른편은 목맥산에서 후산으로 이어지는 산등성이가 있어 북풍을 막아준다. 자연스런 기단과 지형적인 입지적 특성으로 산의 위아래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낄 수 있으며, 동남쪽으로는 크게 자라는 느티나무를 심어 낮의 햇볕을 차단해 시원함을 더해주고 있다. 경역 또한 명료하다. 연못 아래로는 정원의 경계부에 소나무가 줄지어 자라고 있어 담장 역할을 대신하며, 배롱나무, 느티나무 등이 잘 배식되어 호남 지방 별서정원의 형식을 잘 보여준다. 붉게 무리 지어 꽃이 핀 원림의 모습은 도연명의 무릉도원에 비유되기도 한다.
(다음 백과사전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