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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이야기/경기도

묵은해의 시름을 지는 해에 실려보내다, 남한산성 일몰 171226

일기예보상 올 해 남은 기간중 오늘이 가장 맑은 일몰을 불 수 있는 날이다.

가까운 남한산성 서문 전망대에 올라 서울시내로 떨어지는 해를 보며 정유년 한 해의 모든 시름을 실어보내기로 했다

아내와 함께 오르는 남한산성은 예상과는 달리 서문 주변에는 눈이 쌓여있고 길은 얼어서 빙판을 이루고 있다.

 

 

 

아이젠을 준비하지 못해 엉금엉금 기어서 간신히 서문 전망대에 도착하니 오후 4시 40분 이 지나고 있다.

9월에 처음 여기에 출사했을 때 그렇게 많던 촬영객들은 어디가고 달랑 세명의 촬영객이 추위에 덜덜 떨고있다.

너무나 을씨년스러운 광경에 실망하고 있는데 갑자기 한 무리의 까마귀떼가 선회를 하면서 환영연을 열어준다.

 

 

그런데 문제는 일몰의 방향각에 있다.

9월 중순에 왔을 때만 해도 롯데월드타워와 남산타워를 약간 오른쪽에 두고 서울시내 한가운데로 떨어졌는데

지금은 서울시내를 북쪽에 두고 남쪽에 가까운 성남시 위로 해가 지려하고 있다.

석양 빛에 붉게 타는 서울시내를 관통하는 멋진 일몰을 기대하던 나의 꿈은 깨어지고 말았다.

 

 

 

그 때 막 해의 근처를 지나던 비행기 한 대가 한참을 비행한 후 롯데월드타워 근처 서울공항에 착륙하려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하늘 높이 솟아있는 롯데월드타워를 아슬아슬하게 피해 선회비행을 하는 비행기를 보노라니

건축허가과정에서 불거진 비행항로장애 문제로 많은 논란이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크나큰 문제도, 개인의 아픔을 담은 작은 시련도,

모두 용광로 안에 녹인 채 해는 말없이 서산마루를 넘어가려 한다.

 

 

 

서울을 화려하게 불태우는 일몰광경도 좋지만

끝없이 이어진 산 능선을 붉게 물들이며 조용히 사라져 가는 일몰이 더욱 아름다운 것은 나이탓인가 보다.

 

 

 

 

 

해의 여운이 사라지고 어둠이 밀려들지만 다른 세 사람은 자리를 뜰 줄 모른다.

아마도 곧 이어 벌어질 서울야경을 담기위해 기다리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젠도 없이 돌아가야 할 빙판길이 걱정이 되어 남아 있을 수가 없다.

또한 해가 떨어지면서 불어닥친 세찬 바람과 살을 에는 추위를 견딜 수가 없다.

서울 야경은 춥지 않은 계절에 담기로 남겨두고 더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