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실은 춘천시 동내면 고은리의 옛 지명이며, 곰실 공소는 엄주언 마르티노가 세운 공동체로 현 춘천교구의 요람이다.
엄주언은 우연히 접한 [천주실의]와[쥬교요지]에 감명을 받고 온 가족이 천진암으로 가서 교리 공부를 하고 그곳에서 세례를 받았으며,
춘천 서면 월송리로 돌아와 전교를 하였으나 지역 주민들의 배척을 받았다.
1910년경 곰실 윗너부랭이로 이주한 엄주언은 집 옆에 강당을 세우고 가족들끼리 공동체를 시작하였다.
공동체가 확대되면서 교우 수가 증가하자 아랫너부랭이로 옮기고, 당시 관할 본당이었던 풍수원 본당의 정규하 아우구스티노 신부에게 사목 방문을 부탁하였다.
곰실 공소의 교우 수가 더욱 증가하자, 1920년에는 제대로 규모를 갖춘 공소를 세웠으며,
그해 9월 김유룡 필립보 신부가 초대 주임으로 부임하면서 본당으로 승격되었다.
이후 전교 열의로 가득 찬 교우들은 춘천 중심부까지 진출하려는 헌신적인 노력 끝에 1928년 5월 지금의 주교좌성당 자리에 교구의 기초를 놓게 되었다.
춘천교구의 요람인 곰실 공소는 2008년에 중건되었으며, 교구 사적으로 지정되었다.
(한국천주교성지순례/한국천주교주교회의)
죽림동 주교좌성당에서 춘천교구 사제들의 신년 하례식을 구경하고 여기서 조금 떨어져 있는 곰실 공소로 갔다.
곰실 공소는 본당이 아니고 공소인만큼 마을 한가운데 자그마하고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있다.
들어가는 입구에 예수상이 아닌 성모상이 순례객을 맞이한다.
작고 아담한 공소 건물이 납작 업드려 있다.
공소 내부도 소박하고 오래된 성소의 흔적이 역력하지만, 그래서 어릴적 고향마을의 예배당에 찾아온 듯 친근하고 푸근한 느낌이 든다.
성소 벽에 돌아가며 십자가의 길이 준비되어 있다.
마당 한켠에 다소곳이 서있는 종탑과 녹슬은 종이 영락없는 어릴적 고향마을 성당이다.
고향을 생각하며 순례를 마치고 나오려는데 젊은 신부님 한 분이 들어오시며 순례객을 반긴다.
때마침 사제관에서 나이드신 어르신 한 분이 역시 나이드신 할머님의 부축을 받으며 나오신다.
타지에 계시는 신부님이 죽림동 성당 신년 하례 행사에 참석하고, 여기 사제관에서 여생을 보내고 계신 아버지 신부님을 찾아뵈러 오셨다고 한다.
나이드신 어르신이 아버지 신부님이시고 할머님은 봉사자인가 보다.
성직자들이 사는 세상도 우리가 사는 세상과 다를것이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고향에 대한 향수에 흠뻑 빠져 어릴적 살던 고향과 돌아가시고 안계신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하루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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