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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이야기/서울특별시

옛친구와 고궁 산책, 춘당지의 가을 171105

이제 7일이면 미국서 온 옛친구는 자기나라로 돌아 간다.

당시 이름이 정동덕 (지금 미국 이름은 Edwin Chung) 이었던 그는 고등학교 시절 가장 친했던 5인방 중 한 사람이었다.

그동안 그 시절 5인방이 몇차례 만나 술도 마시고 설악산, 북한산도 가고 모두 그를 반겨 주었다.

 

 

그는 대구서 영남대학교 영문과 1학년을 수료하고 공군 입대후 김신조 덕분에 3년 반을 복무하고 제대했다.

재대하자마자 김신조 같은 무리가 없는 나라에서 살겠다고 1970년에 미국으로 이민 가버렸다.

미국에서 평생을 공무원으로 바쁘게 사느라고 고국을 겨우 두 번째 방문하는 그는 보고 싶은 것이 많았다.

 

 

고궁을 보고싶어 하는 그를 위해 지금 한창 단풍이 아름다운 창덕궁 후원과 창경궁 춘당지를 가기로 했다.

창덕궁 후원은 사전 예약을 해야 입장이 가능한데 이것이 문제였다.

연 3일을 인터넷예약 개시시간인 오전 10시부터 시도를 했지만 계속 접속불가이다가 20분만에 매진이다.

외국인용까지 매진이니 도대체 접속불가 상태에서 누가 그 많은 표를 싹쓸이 할 수 있는지 불가사의 하다.

 

 

 

정동덕, 윤덕성, 나 셋이서 창경궁으로 갔다.

모두가 무료 입장이라 홍화문을 지나 명정전으로 갔으나 명정전은 공사중이라 볼 수 없었다.

함인정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전각들을 구경하며 춘당지쪽으로 갔다.

 

 

춘당지는 가을이 절정에 달해 있었다.

미국에는 더 큰 저수지나 호수 등 자연과 어우러진 단풍을 볼 수 있겠지만

여기처럼 자그마 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연못을 둘러싸고 있는 단풍천국은 쉽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언제 다시 찍을지 알 수 없는 기념사진을 찍기로 하고 관광객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하필이면 중국인 관광객 아가씨가 여섯 번이나 셔터를 눌렀는데 겨우 한 장이 살았다.

남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할 때는 누구나 쉽게 찍을 수 있는 스마트폰으로 부탁해야겠다.

 

 

춘당지와 그 주변을 한바퀴 돌면서 오색 물감속에 흠뻑 젖어 본다.

단지 기대했던 원앙새들 모습이 오늘은 내내 보이지 않아서 못내 아쉬웠다.

 

 

춘당지를 벗어나 언덕 위 벤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후문을 통해 창덕궁으로 넘어 간다.

 

 

창덕궁의 낙선재에 들러 말년을 여기서 보낸 대원군 이하응의 발자취도 더듬어 본다.

 

 

정궁인 인정전 앞에서 기념촬영을 끝으로 고궁산책을 마치고

한국 고유 음식인 빈대떡과 막걸리를 맛보기 위해 종로5가의 광장시장으로 갔다.

 

 

오랫만에 찾은 광장시장 빈대떡집 골목은 일요일이어서 발들일 틈이 없고

장사가 젤 잘 된다는 순이네는 빈대떡을 먹겠다는 사람들이 가게 앞에 길게 줄을 서 있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양쪽 가게 가운데 있는 골목은 분명 공용 도로인데 절반이 지붕까지 갖춘 의자로 채워져 있고

절반만 사람이 통행하도록 되어 있어 혼잡하기 이루 말할 수 없고 그마저 줄서서 대기중인 사람을 밀치고 지나가야 한다.

그런 일은 없어야 겠지만 만의 하나 시장 안에 화재라도 난다면 대형 참사를 면키 어려울 것 같은데

지역 행정을 맡은 구청이나 소방서는 무얼 하고 있는지, 바로 이런게 적폐가 아닌지 묻고 싶다.

 

미국서 온 친구도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이해가 안된다는 눈치이나 그나 나나 어찌하겠는가?

우리는 가장 손님이 적은 가게를 골라 빈대떡과 소주로 저녁식사를 대신하며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를 회포를 풀고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