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산토리니의 마지막 날이자 칠순여행의 마침표를 찍는 날이다.
세계 3대 일몰 중의 하나라는 이아마을의 굴라스 성채(Goulas Castle)에서 우아한 해넘이를 보면서 여행의 대미를 장식한다.
여기서 일몰을 보는 방법은 두 가지 코스가 있다.
첫 번째 코스는 요트를 타고 산토리니 3 대비 치라는 카마리 비치, 페리 사비치, 레드비치를 돌면서
수영, 스노클링,스쿠버다이빙, 낚시 등을 하면서 7시간 정도의 시간을 보내고
마지막으로 이아마을 아래에 있는 아모우 디 해안에서 선상 일몰을 맞는 코스이다.
선셋 요트투어 요금은 시기와 요트의 그레이드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일인당 200유로 정도인 것 같다.
두 번째 코스는 직접 이아마을의 굴라스 성채로 가서 일몰을 맞이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성수기에는 최소한 두 시간 이전에 가서 자리를 잡거나 근처 음식점을 이용해야 한다.
우리는 당초 예정으로는 이틀에 걸쳐서 두 가지를 다 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아들의 발목 통증으로 가능한 활동을 줄여야 하고
요트투어가 7시간 동안 바다에 들어가 노는 것인데 지금은 물도 차고 수영할 생각도 없으므로
렌트한 자동차로 비치 투어를 하고 일몰 시간에 맞추어 굴라스 성채에서 일몰을 맞이하기로 했다.
두 가지를 적당히 혼합해서 장점만 취하고 시간과 돈을 절약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먼저 차를 몰고 레드비치(Red Beach)로 갔다.
레드비치는 행정구역상으로는 피라마을에 해당하고 호텔에서 자동차로 약 40분 걸리는 거리이다.
검붉은 색의 화산석 절벽 앞에 하얀색 교회가 있고 그 앞이 무료 공영주차장이다.
왼쪽으로 난 산길을 따라 레드비치로 간다.
산길 옆으로 펼쳐지는 바다가 너무 맑아서 투명하고 낚시하는 사람들이 한가롭다.
오른쪽으로는 구릉지가 이어지고 바위에는 뭔가 쓰여있다.
길바닥의 돌부리에 걸려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10분 정도 걸으니 검붉은 색 화산석의 웅장한 절벽과 검푸른 물색의 비치가 나타난다.
자갈길과 바위 사이를 돌아 모래사장으로 내려가 본다.
성수기가 아니고 아직은 물이 차서 그런지 별로 사람들이 없다.
썬텐을 하는 사람과 수영을 하는 사람이 몇 명 눈에 띈다.
뒤쪽 절벽과 같이 모래도 검붉은 색의 모래이다.
해안 전체가 화산석의 검붉은 색이다. 그래서 레드 비치라 이름 붙였나 보다.
우리도 에게 해의 에메랄드빛 물에 손도 담가보고, 딱 두 개의 조그맣고 붉은색 돌을 기념으로 챙겼다.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와, 가까이에 화이트비치가 있지만 모래가 흰색이라는 것 빼고는 여기와 대동소이하다 하므로 생략하고
이번에는 검은 모래사장의 페리사비치로 이동했다.
피라마을 남동쪽에 위치한 비치 중에 카마리비치(Kamary Beach)와 페리사비치(Perissa Beach)가 있는데
카마리비치가 페리사비치 보다는 크기가 좀 더 크지만
둘 다 검은색 모래사장이고, 비시즌이라 한적하긴 마찬가지여서
레드비치에서 더 가까운 페리사비치를 들러 보기로 했다.
해안가에 주차를 하고 비치로 들어갔다.
주변의 민둥산과 손님 없는 해변의 짚으로 만든 비치파라솔은 한적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비싼 돈 주고 요트투어를 해도 이런 곳을 둘러보고 갈 것은 뻔한데 요트투어를 선택하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좌우를 둘러봐도 검은 모래사장에 흰 파도만 하얀 포말을 그리고 있다.
여기서도 기념으로 딱 두 개의 검은 조약돌을 챙겼다.
우리는 비치파라솔 아래 썬베드에 누워 휴식과 함께 에게 해의 낭만을 즐기며
모래밭에서 놀고있는 몇 안 되는 다른 관광객들의 모습을 구경했다.
시장해진 우리는 점심식사를 하기위해 정면에 있는 아폴론 식당으로 들어갔다.
87유로에 해산물구이모듬을 푸짐하게 주문해 먹고
비치파라솔 아래 썬베드에서 늘어지게 오수를 즐긴 후
일몰을 보기위해 이아마을 굴라스 성채를 향해 떠났다.
굴라스 성채(Goulas Castle)는 중세시기에 해적의 공격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기 위한 망루로 사용 됐으나
지금은 산토리니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흔히들 세계 3대 선셋 포인트를
첫째 남태평양의 피지섬에서 보는 썬셋
둘째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퍼스트 비치에서 보는 선셋
세 번째로 산토리니 이아마을 굴라스 성채에서 보는 선셋
으로 꼽는다고 한다.
굴라스 성채에서 바라볼 때 마을 끝 풍차가 있는 곳으로 떨어지는 해를 보는 것이 최고의 일몰 포인트이므로
면적이 얼마 안 되는 성채에 자리잡기 위해서는 성수기는 최소한 두 시간 전에는 자리를 잡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바다와 마을을 붉게 물들이며 풍차 너머로 사라져 가는 석양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전율을 느끼게 한다.
해넘이 시간이 대략 오후 7시 40분 예상인데 한 시간전에 도착한 내가 해의 위치를 보고 판단한 포인트는 굴라스 성채가 아니었다.
풍차 위로 떨어지는 해를 찍기 위해서는 성채보다 훨씬 오른쪽에 있는 마을 언덕이 포인트라고 판단하고 언덕 담장에 삼각대를 설치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풍차에 가까운 곳으로 해가 내려가기 시작했고, 풍차도 마을도 굴라스 성채도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그런데 아까부터 어디선가 구린내가 진동한다.
자세히 관찰해보니 내가 선 곳 옆에 개똥이 있고 내가 움직이다가 그 개똥을 밟았다.
냄새가 지독하여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준비한 음료수로 신발을 닦아내느라 법석을 떨어야 했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만 이 마을에도 버려진 들개와 들고양이들이 무지하게 많다.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고 위협을 당하면 으르렁대며 달려든다.
미국의 어느 사진작가는 여기서 찍은 들고양이 사진으로 열 권의 사진집을 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로 몰려들었고 선셋 투어를 나갔던 배들도 모두 여기로 몰려왔다.
해는 거의 수면 위에까지 내려왔다.
마을도 풍차도 굴라스 성채도 심지어 사람들도 모두 붉게 물들었다.
내 판단이 정확했음을 아래 사진이 증명해 준다.
이제 남은 것은 오메가만 보면 된다고, 세계 3대 선셋 포인트인 산토리니에서 오메가를 본다는 희열에 들떠 있는데
뜻밖에도 수면 위에 구름층이 나타나고, 해가 이 구름층을 간신히 지나는가 싶더니 구름 위로 오메가 보다 더 멋진 빛무리가 뻗친다.
고요한 정적 속에 신음소리 같은 감탄사와 셔터 소리만 들리고 이윽고 해는 구름 속으로 잦아져 버린다.
배들과 사람들이 사라져 버린 바다와 마을에는 점차 어둠이 밀려오고 하나 둘 불빛이 켜지기 시작한다.
돌아오는 길은 또 다른 세상, 산토리니의 야경이 우리를 맞는다.
호텔이 있는 피라마을로 돌아온 우리는 장기간 여행의 마무리를 위한 종여식을 해야 한다.
시간이 늦어 묵고 있는 호텔 뒤의 마마티라 라는 식당에 들어갔다.
식당 발코니에서 예상치 못한 또 다른 횡재를 한다.
옆 마을 피로스테파니 마을의 환상적인 야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이래저래 만족하고 흐뭇한 마음으로 그리스 전통음식인 수불라키와 양고기, 그리고 동키맥주로
그리스 그리고 산토리니의 마지막 밤을 즐겼다.
다음날 산토리니 공항을 이륙한 비행기가 산토리니 상공을 떠나 아테네로, 아테네에서 이스탄불로, 이스탄불에서 인천으로
순수 비행기 타는 시간만 13시간을 어둠 속에서 보내야 하는 고통을 간신히 참아내고
아시아나의 '안녕히 가십시오'라는 인사말을 들을 때 비로소 여행이 끝났다는 실감이 왔다.
그러나 기회가 된다면 또 가고 싶은 멋진 여행이었다는 생각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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