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에 일이 있어 들렀다가 짬을 내어 신륵사를 방문했다.
일주문에는 봉미산신륵사라고 되어있지만 사실상 산이라기보단 평지에 그것도 남한강 강가에 세워진 절집이라 산을 오르는 수고가 필요 없다.
절의 내용보단 멋진 가을 단풍 경치를 기대하며 일주문을 넘는다.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려는듯 일주문에서 불이문까지 약 200m 거리에 양쪽으로 은행나무가 줄을 서있다.
이제 단풍이 들기 시작하여 초록과 노란색이 섞여 있는 은행나무 병풍 사이를 마침 관람을 마치고 나가는 고등학생들의 빨간색 유니폼이 조화를 이룬다.
불이문을 지나자 날아갈듯 서있는 누각과 그 주변으로 신륵사의 역사를 알려주는 안내판과 각종 공덕비들이 즐비하다.
신륵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 본사인 용주사의 말사이다.
신라 진평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1379년 이후 많은 전각을 신축하고 중수했으며, 나옹화상(혜근)이 입적할 때 기이한 일이 많이 일어나고부터 더욱 유명해지고 대찰이 되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며 폐허가 되었다가 1671,1792,1858년 세차례의 중수로 현재의 명찰이 되었다.
현재 금당인 극락보전을 비롯하여 명부전, 조사당 등의 전각과 다층석탑, 다층전탑 등 많은 문화재들을 보유하고 있다.
경내로 들어서면 입구에 맑은 물이 흐르고 있는 세심정이 있다.
이 절에 들어오는 모든 사부대중은 여기서 세속의 때를 깨끗이 씻고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만나라는 뜻이다.
세심정 뒤로 누마루에서 남한강을 굽어볼 수 있는 구룡루와 600년 노거수 향나무를 만난다.
노거수가 내뿜는 향내의 중심에 이절의 금당인 극락보전이 서있다.
여주 신륵사에는 보유 문화재 중에 유난히 보물이 많다. 대충 세어봐도 국가 지정 보물만도 8개가 넘는 것 같다.
위의 극락보전 안에 있는 목조 아미타여래 삼존상이 보물 1791호이고, 극락전 앞에 있는 다층석탑도 보물 제225로 지정되어 있다.
극락전 옆에 있는 범종각이다.
이안에는 종과 북과 운판이 있다. 이들을 울려 세상 사람들과, 땅위의 짐승과 공중의 새들, 물속의 물고기들을 구제한다.
마지막까지 연옥에서 중생을 구제한다는 지장보살을 모시고 있는 명부전이다.
해설사가 관람객에게 자세한 설명을 해준다.
지공화상, 나옹화상, 무학대사의 영정을 모시고 있는 또 하나의 보물(제 180호) 신륵사 조사당이다.
그 앞에는 또 하나의 노거수 600년된 향나무가 세월의 무게를 못이겨 늘어져 버팀목을 받쳐놨다.
뒷편 언덕에 두 개의 서로 다른 모양의 사리탑(부조)이 있다.
높다란 돌계단을 따라 산길을 오른다.
그 위에는 또 다른 보물 보제존자 석종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석종과 석등 그리고 비석이 있는데 세가지가 다 제각각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나옹선사의 사리를 모시는 석종과 이를 지키는 석등, 그리고 나옹선사를 기리는비석이 함께 세워져 있다. 이처럼 승탑.비.석등이 하나의 평면에 세트를 이루고 있는 것은 나옹선사 승탑이 처음이라 한다.
나옹선사(1320-76)의 이름은 혜근(慧勤), 법호는 나옹(懶翁)이다. 21세 때 문경 묘적암으로 출가하여 중국 원나라로 건너가 인도승 지공선사의 지도를 받고 39세 때인 고려 공민왕 7년에 귀국하였다. 불교 진흥에 힘쓰는 선사에게 공민왕은 왕사라는 벼슬과 보제존자라는 칭호를 내렸고, 선사는 양주 회암사에서 무학대사를 지도했다. 왕의 명령으로 밀양 영원사로 가는 도중 신륵사에서 병을 얻어 열반에 들었고, 신륵사 동대에서 다비되어 사리는 둘로 나누어 회암사와 여기에 모셔졌다.
아래로 내려오면 역시 수령이 600년이 넘는 은행나무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녹색과 황색의 조화가 아름답다.
이 은행나무에서 관세음보살의 형상을 찾을 수 있다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다.
내가 불자가 아니라서 그런가???
다음은 또다른 보물 다층전탑이 있는 곳으로 간다.
남한강을 굽어보는 바위 절벽 위에 높이 솟은 벽돌을 구워 쌓은 전탑이다.
그 위용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웅장하다.
그 위로는 또다른 보물 230호 대장각기비각이 있다.
고려말 공민왕의 명복을 빌고자 고려대장경을 인쇄하고, 이를 보관하기 위해 이곳에 2층의 대장각을 지었다.
그리고 그 내력을 기리기 위해 비석과 비각을 세웠다.
전탑에서 내려다 본 남한강과 절의 모습이다. 이제 완연한 가을 모습이다.
전탑이 있는 언덕을 내려와 강변으로 돌아가 본다.
신륵사에서 가장 가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강가 바위 위에 지어진 정자 강월헌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이곳은 사진가들에게는 일출과 일몰로 더 잘 알려진 곳이다.
신륵사 강변의 절벽을 절집에서는 '동대'라고 부른다. 이 동대에는 아담한 삼층석탑이 있다. 삼층탑은 상륜부와 삼층 몸돌을 잃어 볼품이 없지만 나옹선사를 다비한 곳에 세운 기념탑이다.
신륵사 앞으로 흐르는 남한강 물줄기는 '여강'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신륵사에서 보는 여강은 고려시대부터 남한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혀왔다. 여말선초의 이규보, 이색, 정도전, 권근, 서거정 같은 당대의 명류가 여기에서 운치 있는 뱃놀이를 하고 아름다운 시를 남기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특히 해 질 녘 강월헌에서 강물이 보랏빛으로 물들고 은은히 들려오는 신륵사 저녁 종소리를 들을 때면 차마 그곳을 떠나지 못한다. 그래서 여주8경에서 첫째로 꼽는 경치가 신륵모종(神勒暮鐘), 즉 신륵사의 저녁 종소리다.
들어올 때는 보이지 않던 불이문의 금강역사가 또 오시라고 인사한다.
신륵사 전경
참고 문헌 : 유홍준 저 '나의문화유산답사기' 8권 신륵사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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