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16년 10월 8일 토요일, 비 온 후 흐리고 맑음
장소 :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 봉명리(고라데이 마을), 발교산 봉명폭포
양평콘도를 나온 우리는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월송리에 위치한 오크밸리리조트 사우스콘도 329호실에 입실 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보유하고 있던 회원가 50% 할인 숙박권을 사용하기 위하여 사전에 예약을 해 두었던 것이다.
체크인을 하고 룸에서 쉬면서 인터넷도 검색해 보고 오크밸리 안내책자도 훑어봐도 당장 내일 어디를 가야할지 마땅치 않다. 아직 단풍도 이른 철이고, 근처에 어떤 야생화 자생지가 있는지 정보도 입수하지 못했고, 치악산 등산은 우리에겐 너무 힘에 겨울것 같다.
고심 끝에 선택한 것이 또 폭포다. 오크밸리 주변 관광지 안내책자에 2시간 거리에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천혜의 비경이 숨어있다는 설명에 일단 넘어가 보기로 했다.
인터넷 검색에서 얻은 정보대로 네비게이션에 융프라우 펜션을 입력하고 가랑비와 안개가 자욱한 산길 국도를 달려 봉명리 봉명4교 앞에 도착하니 가랑비가 멎었다. 차를 내려 둘러보니 다리 앞 길가에 차를 몇대 세울 공간이 있다. 나 밖에 없으므로 여유롭게 주차를 하고 주변을 살펴보니 고라데이 마을 간판이 눈에 들어 온다. 깊은 산골짜기 청정마을 이란 강원도 사투리인 것 같은데 처음 들어보는 말이지만 왠지 정감이 가는 말이다.
다리 옆에 발교산, 봉명폭포, 융프라우를 가리키는 방향표지판과 융프라우로 올라가는 마을길이 보인다. 인터넷 블로그에서는 하나 같이 여기서 융프라우 펜션까지 약 2km 정도 되는데 도중에 주차할 곳이 없고, 융프라우 펜션은 투숙객에게만 주차를 허용한다고, 여기다 주차할 것을 권하고 있다. 나도 여기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올라갔지만 나중에 결과적으로 볼 때 도중에 길가에 차를 세울 곳은 더러 있었지만 청정마을을 지켜주는 의미에서도 다리옆 주차가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융프라우 펜션까지 올라가는 도중에 군데군데 서 있는 방향표지판을 따라 올라가니 발교산 등산로 종합 안내판이 나온다. 발교산은 높이가 해발 998m로 횡성군 청일면과 홍천군 동면의 경계선에 있는 자연 그대로의 경관을 간직한 오염없는 산이다. 정상까지의 왕복 등산코스는 총 8.4 km로 3시간 45분 정도 걸리고, 봉명폭포까지는 1.1km로 35분 정도가 걸린다고 안내되 있다.
자욱한 안개 속에 중세 유럽의 성곽 같은 모습을 한 융프라우 펜션이 등산로 마지막 건물로 웅크리고 있다. 여기서 1km만 가면 폭포가 있다는 사실에 고무된 우리는 용기를 내어 산을 오른다.
아무도 없는 호젓한 산길에 을씨년스레 앉아 있는 나무 의자는 우리에게 숨 돌리는 여유를 주기도 했지만, 숲이 우거진 산속에 나이 많은 우리 둘만이 외톨이로 떨어져 있다는 생각을 상기시켜서 갑자기 무서운 생각도 들었지만 오는 도중에 있었던 범죄 없는 마을이라는 팻말을 상기하고 마음을 다스려 길가의 버섯을 사진 찍는 여유를 찾기도 했다.
산길 1km가 이렇게 멀다고 느껴 보기는 처음이다. 등산객도 많지 않은 산이라 등산로도 좁고 험하다. 바로 저 앞에 폭포가 있을 것 같은데 몇 구비를 돌았는지 알 수가 없다. 등산 경험도 많지 않고, 무서움을 많이 타는 아내를 다독거리는 것이 더 힘들다. 35분이 아니라 한 시간도 더 걸려 드디어 폭포 안내 이정표 앞에 섰다.
봉명폭포는 봉황이 우는 소리 같다하여 봉명폭포라 불리는데, 총 3단의 폭포로 구성되 있고 국내에 몇 안되는 이끼폭포이다. 윗 부분에 있는 폭포가 2단이 연이어 떨어지고 그 아래 부분에 길게 이어진다. 먼저 도달한 곳이 하단폭포이나 상단폭포가 훨씬 멋있다는 정보에 따라 가파르고 미끄러운 하단폭포 중간 허리를 가로질러 50m 떨어진 곳에 있는 상단폭포로 먼저 갔다.
깎아지른 절벽에 두 갈래로 떨어지는 상단폭포의 위용에 압도 당한다. 어제밤에 내린 비로 수량도 엄청나다. 인터넷에서 본 봉명폭포 사진들과는 전혀 다른 웅장하고 멋진모습이다. 폭포를 정면에서 올려다 볼 수있는 장소는 천애 절벽의 중간 쯤에 조금 튀어나온 바위위에 삼각대 두 대 정도를 세울 수 있는 정도다. 부서져 내리는 물의 포말로 금방 카메라가 젖는다. 아래를 내려다 보면 금방 어지러워져 오래 서 있을 수도 없다. 겁 많은 아내는 아예 그 자리는 엄두도 못내고 폭포 옆면에서 찍고 만다.
여기만 물든 단풍나무 두 그루 저 아래로 까마득한 숲이 아직 파랗다. 이제 바위 절벽을 기다시피 하단폭포로 내려간다.
하단폭포는 상단폭포처럼 웅장하지는 않지만 높은 절벽을 길게 이어지며 떨어지는 물줄기가 또한 장관이다. 아무리 여러 각도에서 조명해 보지만 카메라가 실제로 눈으로 보고 느끼는 만큼 감동을 담아낼 수 없음이 한탄스럽다.
상단폭포에서 내려다 본 유일하게 물든 단풍나무이다. 하단폭포에서 볼 때는 폭포위에 올려다 보게 된다.
마침 등산을 하던 젊은 부부가 하단폭포의 중간지점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를 넋 놓고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오늘 만난 유일한 등산객이다.
폭포 주변에서 물이슬을 먹고 자란 야생화들이다.
쐐기풀
바위떡풀
아무리 절경이라도 끝없이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법, 봉명폭포와 작별을 하고 내려오면서 계곡의 바위에 핀 이끼들을 살핀다. 폭포에 이끼가 있으니 계곡의 바위들에도 이끼가 끼었을 것으로 예상하고 계곡을 타고 내려오며 찾아 본 것인데 의외로 많은 수확을 얻는다.
계곡의 하단부에서 궁궁이까지 만나는 행운을 누리고 오늘 폭포출사는 유종의 미를 거둔다.
오크밸리로 돌아오는 길에 고속도로도 탈 겸 횡성군 우천면 우항리에 있는 횡성한우마을에 들러 최고급 한우를 잔뜩 사서 새말IC를 통해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돌아와 콘도에서 오늘의 출사수확을 자축하는 파티를 즐겼다.
'국내이야기 > 강원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방곡곡사진여행16> 속삭이는 명품숲, 원대리 자작나무숲 161012 (0) | 2016.12.02 |
---|---|
<방방곡곡사진여행15> 자연,문화,스포츠가 어우러진 힐링명소 오크밸리 (0) | 2016.12.01 |
<방방곡곡사진여행11> 송대소와 좀바위솔 (0) | 2016.11.27 |
<방방곡곡사진여행7> 세 번 꺾여 떨어지는 삼부연폭포 (0) | 2016.11.23 |
<방방곡곡사진여행3> 임꺽정의 전설이 서린 고석정 (0) | 2016.1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