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정교회는 로마 가톨릭의 교황을 인정하지 않지만 그 뿌리는 로마 가톨릭이므로
로마 가톨릭에서는 그리스 정교회의 수도원을 성지로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해외 성지 순례의 마음가짐으로 여기 메테오라의 수도원을 하나하나 방문하기로 했다.
로사노 수녀원에서 더 가까운 곳이 트리니티 수도원이지만 수도원 개방시간의 편의에 맞추어 좀 더 멀리 있는 스테판 수도원으로 먼저 갔다.
2. 스테판 수도원 (MONASTERY OF STEPHEN) <해외성지013>
각 수도원마다 그 규모에 따라 입구에 작은 주차장을 마련하고 있어서 비수기인 지금은 비교적 쉽게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이 수도원을 수녀원으로 소개하는 사람도 있는데 실제로 입구 간판에는 수녀원이라는 표현이 없다.
그러나 수도원 내에서 종사하는 성직자는 수녀들 밖에 보지 못했으니 수녀원이 맞는 것 같다.
여기서도 역시 입장 시 남녀의 복장에 대한 규정은 엄격하고 맞지 않으면 기다란 천을 허리에 둘러야 한다.
외부에서 바라본 스테판 수도원의 모습이다.
비교적 큰 규모의 건물이고 지붕 위의 돔들이 특이하고 아름답다.
아치형 통로를 따라 내부로 들어가 본다.
여기도 역시 내부에는 예배당과 전시실을 갖추고 있고 수도자들의 생활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예배당은 벽부터 천장까지 황금빛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물론 사진 촬영은 엄격히 금지돼 있고 아래 사진은 도록 스캔이다.
비록 관광지화 되어 있긴 하지만 이 곳이 수도원이라는 이미지가 주는 고즈넉한 분위기는 잘 유지되고 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순례자의 자세로 관람을 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사진 속의 성인 옷자락에 키스하고 기도를 한다.
하지만 수도원으로서의 기능은 상실한 것 같고 남아 있는 수도자들은 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 같다.
아내는 로사노 수녀원에서부터 2유로의 기부금을 내고 초를 사서 촛불 봉헌을 하고 있다.
나는 기념품을 판매하는 성물방에서 사진을 찍다가 수녀에게 이미지를 삭제당하는 실수를 했다.
분명히 로사노 수녀원에서는 성물방에서 사진 촬영이 허용되었고 실제 사진을 찍었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수녀가 가리키는 성물방 입구 문설주에는 'NO PHOTO'라는 표지가 있었으니 방문마다 신경을 써야 한다.
찜찜한 기분도 삭일 겸 내부를 나와 건물 뒤편으로 갔다.
건물 뒤쪽에는 수녀들이 가꿨다는 예쁜 정원이 있다.
건물 밖으로 나가면 다리 위 전망대가 있고 천 길 낭떠러지 저 아래로 칼람 파카 마을의 주황색 지붕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3. 트리니티 수도원 (MONASTERY OF TRINITY) < 해외성지014>
다음은 스테판 수도원으로 왔던 길을 되돌아 나오다가 있는 트리니티 수도원으로 갔다.
이 수도원이 땅바닥에서 수도원 건물이 있는 정상까지 절벽의 높이가 555m로 가장 높은 수도원이다.
가파른 돌길을 밟고 내려가 다시 계단으로 절벽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접근이 가장 어려운 수도원이다.
여기에 마련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이에 들고양이들이 주변을 감싸고돈다.
거두어 주는 사람이 없어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주워 먹고사는 들고양이들이라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이 트리니티 수도원은 높은 뾰족 바위 위에 올라앉아 있어서 보는 방향에 따라서 그 모습이 변한다.
스테판 수도원 쪽에서 오면서 보면 전혀 뾰족 바위 위에 얹혀 있다는 느낌이 없다.
트리니티 수도원에 올라가려면 우선 저 아래 바닥까지 이런 길을 내려가야 한다.
이때부터 뾰족 바위의 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중간쯤 내려가면 칼람파카 마을로 가는 이정표가 있고 그 때부터 완전히 뾰족바위에 올라앉은 수도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내려가면서 보는 위치에 따라 모습이 다르고 저 아래 칼람파카 마을의 모습도 잘 보인다.
황량한 산기슭에 수직으로 우뚝 솟은 바위기둥, 그 위에 납작 엎드린 듯 앉아있는 수도원의 모습이 경이롭다.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낸 위대한 합작품의 결정체 앞에 머리가 수그려진다.
유네스코는 이 곳의 기묘한 자연경관과 경이로운 종교 건축물의 가치를 인정하여
드물게도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의 세계 복합유산으로 지정하였다.
가파른 돌길을 한참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야 하는 길이 숨차고 힘들지만 그래도 싱그러운 신록들이 있어 한결 가볍다.
이제부터 555m 절벽을 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한다.
숨차고 힘들고 땀이 나서 쉬어가야 한다.
기묘한 형상의 바위도, 바위에 딱 붙어 둥근 모양으로 자라는 식물도, 바위 천장 틈새로 보이는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의 모습도 다 신비롭다.
다시 계단을 밟아 올라가서 드디어 수도원에 도착했다.
우선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건물 바깥에 매달린 도르래이다.
지금처럼 계단이나 길이 나있지 않던 옛날에는
그물로 된 망태를 도르래에 매달아 건물 안쪽의 밧줄을 감는 장치를 돌려 사람과 물건을 오르내렸다 한다.
그런데 최초에 이 건물을 짓기 위해 절벽 바위 꼭대기를 오른 사람은 어떻게 올랐을까?
신앙심이 가상해서 하느님이 들어 올려 줬을까?
인간 능력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
여러 가지 상념에 젖어본다.
실내에는 수도자들이 사용하던 생활용품들도 전시돼 있다.
여기도 다름없이 예배당과 기도실에는 화려한 채색의 비잔틴 양식으로 그려진 프레스코화로 가득했다.
주된 주제는 천지창조, 최후의 심판, 낙원으로부터의 추방, 예수의 기적과 고난 그리고 부활 등이었다.
내부 관람과 촛불 봉헌을 끝내고 밖으로 나와 옆의 바위에 올라 수도원의 외부 모습을 관찰했다.
꼭대기에 있는 외부 화장실이다
그 옆 바위 절벽 아래로는 천 길 낭떠러지인데 사람들이 바위 위에 올라가 묘기를 부리며 사진을 찍는다.
십자가 전망대이다.
이곳이 칼람파카 마을이 가장 잘 보이는 전망대라고 한다.
과연 마을과 바위와 주변 경치가 아름답고 시원하게 잘 보인다.
메테오라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를 잘 견디고 소화해 냈다는 안도감과 만족감을 안고 수도원을 내려온다.
올라갈 때는 눈에 보이지 않던 아름다운 야생화들이 내려올 때는 아름답게 눈 안으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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