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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코로나 이후 첫라운딩, 아리지cc 200514

지난 1월에 말레이시아 겐팅아와나cc에서 골프를 치고 귀국한 다음날부터 우리나라에 확진자가 발생하기 시작하여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 현상이 지속되고, 많은 환자와 사망자가 발생했다. 내가 속해 있는 골프 단체들도 방역 당국의 지침을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느라 그동안 골프 모임을 자제해 왔고, 나 자신도 산속에서 야생화를 찾으며 골프를 외면해 왔다.

 

옛날 진구회 멤버 중에서 연세 많으신 세 분이 아리지cc에 부킹을 해놓고 나를 초청했다. 오랫동안 뵙지 못했고 더구나 코로나 위험도 0순위의 고위험군들이 얼굴 보자는데 감히 거절하지 못하고 8시 40분 티업 시간에 맞춰 나갔다. 8학년도 중간을 가는 분들이 다들 건강하시고, 혈색도 좋으시고, 그 와중에도 골프를 계속하셔서 영육 간에 위축됨이 전혀 없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코로나 위험 속에서도 살아남았음을 증명하는 인증샷부터 남겼다. 공기 좋은 청정지역이니 마스크를 벗고 라운딩을 하자는 제안에 흔쾌히 동의하면서도 동반자 배려 차원에서 나는 마스크를 벗지 않기로 했다. 혹시라도 나로 인해 고위험군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아리지cc는 경기도 여주시 가남면에 위치한 퍼블릭 골프장으로 37만 평의 부지에 27홀의 코스를 2007년 5월에 개장하였다. 철갑산 산자락을 감고 도는 코스는 시 사이드나 평야의 코스처럼 시야가 시원한 맛은 못하지만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살린 준산악 코스로 쉽게 볼 수 없는 긴장감을 라운딩 내내 풀지 못하게 하는 다이내믹한 골프장이다.

오늘 우리가 라운딩할 코스는 햇님, 달님, 별님 코스 중 달님에서 출발하여 별님코스로 마감한다. 

 

 

 

지금 철의 이 골프장의 주인공 꽃은 붉은병꽃나무이다. 각 홀의 카터 길을 따라 심어 놓은 붉은병꽃나무가 개화기를 맞아 아름답게 피어 녹색의 수림과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4개월 만에 만져보는 클럽이 어색하고 퍼팅감이 살아나지 않아 조금 헤매었지만 그것도 금방 제 감각을 찾았다.

 

 

 

상노인들에게 기준을 맞추느라 실버티를 사용한 탓에 성적이 좋아 3 오버 39타로 전반을 마감하고 클럽하우스에서 30분을 휴식하며 지나온 이야기로 오랜만의 소회를 푼다.

 

 

휴식을 마치고 별님코스로 간다. 별님코스는 연산홍 조경이 멋진데 시기가 늦어 꽃이 져서 아쉽다.

 

 

별님코스 1번 홀이다. 녹색 필드를 달리는 카터 길이 기다란 뱀처럼 꿈틀거린다.

 

 

그늘집도 화장실만 사용할 뿐 매점은 문이 잠겨있다. 그동안 내장객이 없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았던 모양이다.

4월부터 그린피가 일제히 올랐고, 도우미 수고비도 만원 올라 13만 원이 됐고, 카터 사용료도 만원 올라 9만 원이 됐다고 한다. 결국 골퍼 일인당 부담액이 20~30% 올랐다는 이야기다.

인터넷 뉴스에서는 매물로 나와있던 골프장이 다 회수되고 매물이 없어졌다는 소식이다.

 

 

 

웃으며 담소하는 사이에 라운딩이 끝났다. 후반 스코어도 전반과 동일한 39타이다. 합계 78타 오늘도 70대 싱글스코어다.

다른 분들께는 내가 넉 달만에 친 스코어라는 말이 거짓말처럼 들리나 보다. 나 자신도 오랜만에 쳐야 스코어가 좋아지는 이 현상이 이해가 잘 안 된다. 겸손하고 조심한 것 밖에는 이유가 될만한 것이 없다. 초대해주신 세 분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