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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조폭이 된 날, 65골프회, 한성cc 200626

나이 들어서도 계속 골프를 치기 위해서는 최소한 세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조건이 자신의 건강이다. 둘째가 경제적 여유이고, 셋째가 동반자이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많아지면 골프를 같이 즐길 수 있는 동반자와 단체가 줄어든다.

 

고대65동기회 산하 65골프회에 참가하는 과 친구가 나도 같이 하자는 연락이 왔다.

내가 참가하고 있는 단체 중에도 멤버가 줄어들어 단체팀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팀이 있어서 대비를 해야 한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윈윈 게임이라 오늘 모임에 첫 참석을 한다.

 

65골프회는 매월 네 번째 금요일 오전 8시~9시에 고정 부킹으로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에 위치한 한성 c.c. 에서 월례회를 한다.

한성 cc는 집에서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있어 나에게는 금상첨화이다.

 

한성 c.c. 는 44만 평의 대지에 정규 27홀(그린, 블루, 오렌지 코스)을 갖춘 골프장으로 제일교포에 의해 1984년에 개장하여 36년의 역사를 가진 수도권 도심 속의 그린파크로 자부하는 명문 골프장이다.

그 당시에는 골프장이 많지 않을 때여서 나도 이 골프장에 많이 출입을 하였지만, 현직을 은퇴한 1998년 3월 13일에 이 골프장 라운딩을 마지막으로 출입을 않다가 오늘 22년 만에 옛동무들과 옛 코스를 라운딩을 하니 감개가 무량하다.

 

 

 

오늘 우리가 라운딩 하는 코스는 그린코스와 블루코스이다.

그동안 너무나 긴 세월이 흘렀고 골프장 개보수도 많아서 전혀 기억이 없고 완전히 처음 보는 골프장이다.

 

 

나를 초청한 과 친구의 허풍으로 나는 싱글핸디들이 모여있는 첫 팀에 배정되어 라운딩을 하게 되었다.

팀 룰이라며 1인당 5만 원씩 거두어 20만 원을 만들고 '조폭'이라는 게임을 하자고 한다.

매홀 1등이 만원씩 먹고, 더블 보기면 먹은 거의 반을, 트리플을 하면 먹은 거 전부를 게워내야 한다.

버디를 하면 '조폭'이 되어 그동안 다른 사람들이 먹은 거 전부를 빼앗아 간다. 그리고 캐디피를 책임진다.

 

 

코스도 사람도 생소하여 망신하지 않으려고 어깨엔 힘이 잔뜩 들어가고 비까지 부슬부슬 내린다. 

3인의 동반자 중 한성 cc의 안방지기 두 사람은 빗물이 질퍽거리는 코스도 아랑곳없이 스킨을 다 가져간다.

나는 골프장 경관에 눈을 돌린다. 새삼 돌아보니 골프장 전체가 아파트 숲에 둘러싸여 있다.

 

 

전반 그린코스를 겨우 보기 이븐으로 끝내고 후반 블루코스에 들어가니 비도 멎고 빛도 나기 시작한다.

단체 가입 첫날이고 이 골프장 회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도 캐디피 정도 잃는 것이 정상이라 생각하니 마음도 가볍다.

마음을 비우니 몸도 가벼워지고 스윙도 부드러워진다. 파도 잡고 스킨도 먹었다. 내가 잘되니 상대가 비틀거린다.

 

 

드디어 6번 홀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내가 버디를 낚으면서 '조폭'이 된 것이다. 그동안 다른 사람들이 먹은 스킨을 몽땅 뺏어와 버렸다.

가입 첫날부터 '조폭'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8번 홀에서 의도적으로 더블보기를 하고 반을 게워냈다.

하지만 7,8,9번 홀에서 승자가 없어서 결국은 6번 홀 승자인 내가 최종  승자가 되어 20만 원을 독식하게 되었다.

물론 캐디 양 수고비를 지불하고 나면 별거 아니지만 어떻든 나는 첫날부터 '조폭'의 낙인이 찍히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