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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출사/수도권

지성이면 감천, 노란망태말뚝버섯 200807

한 달이나 계속되는 긴 장마가 전국에 물폭탄을 들어부어 많은 이재민과 인명 및 재산 피해를 가져왔다.

앞으로도 일주일간을 더 많은 비를 내릴 거라는 기상청 예보가 맞을는지 안 맞을는지 도대체 가늠하기가 어렵다.

그런 중에도 오늘 오전 중으로는 비가 멎을거라는 예보에 기대를 걸고 5시 반에 대모산으로 출발했다.

 

지난 7월 15일 대모산 노란망태말뚝버섯 출사에서 실패를 하고 기회를 보고 있는데 도대체 오전에 비가 개는 날이 없다.

대모산 근처에 살면서 매일 아침 대모산으로 운동을 가는 친구의 전언으로는 요즘 매일 몇 송이씩은 본다고 한다.

기대를 가지고 대모산 서울둘레길 세곡동 갈림길까지 갔으나 노란망태말뚝버섯을 한 송이도 볼 수가 없다.

 

주변 있을만 하다고 생각되는 곳을 다 뒤져봐도 노란 색깔의 버섯은 전혀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크게 낙담하여 벤치에 앉아서 한참을 쉬다가 다른 등산객들이 올라오기 시작하여 온 길을 되돌아 나온다.

100m쯤 왔을 때 왼쪽  숲 속에 노란 것들이 여기저기 봉긋봉긋 솟아 있다. 노란망태말뚝버섯이다.

 

 

내가 너무 일찍 여기를 지나간 것 같다. 지금 현재 시간이 여덟 시를 막 지나고 있다

갈 때는 분명 없었던 노란망태말뚝버섯이 전부 열다섯 송이나 된다.

이제 막 망태가 생기는 녀석이 있어서 망태가 펴질 때까지의 시간을 재보니 대략 30분 정도 걸린다.

 

 

망태말뚝버섯은 말뚝버섯과 망태버섯속에 속하는 하루살이 기생식물이다.

망태버섯은 새벽녘 먼동이 틀 때부터 피어오르는데 두어 시간이면 망사 그물망까지 펴지고 하루가 지나면 그 수명을 다한다.

 

 

이 버섯은 장마철에 주로 대나무 숲이나 잡목림 등의 지상에서 발생한다. 대나무 숲에서는 흰색으로 발생하는데 이를 망태말뚝버섯이라 부르고 식용이 가능하다. 잡목림에서는 노란색으로 발생하고 노란망태말뚝버섯이라 부르며 독버섯이다.

 

 

이 녀석은 망태 줄이 많이 끊어져 있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망태 속에 풍뎅이가 두 마리나 들어있다.

풍뎅이가 망태를 갉아먹는가 보다.

 

 

망태가 팽팽해질 때까지 더 기다리고 싶은데 돌아가는 길에 있는 진짜 대모산 표 킹사이즈 붉은색 망태말뚝버섯이 궁금하다. 거기에도 망태말뚝버섯이 발생했다면 지금쯤 최대로 팽팽해졌을 것 같기 때문이다. 쭈그러들기 전에 봐야 한다.

 

 

부리나케 달려왔지만 아쉽게도 붉은색의 킹사이즈 대모산 표는 없고 역시 노란색의 표준 망태말뚝버섯 세 송이가 전부이다. 그나마 한 송이는 말뚝이 부러져 나가 버리고 밑동만 남았다.

원하는 걸 다 보지 못해서 좀 서운하긴 하지만 한꺼번에 17 송이를 만났다는 건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대박이다.

만나기를 간절히 원하니 하느님이 한꺼번에 많은걸 보내주신 듯하다.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이 생각난다.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니 산속이 온통 버섯으로 가득 찼다. 지금이 버섯 철인 데다가 오랜 장마로 버섯이 발생하기에 좋은 조건인 것 같다. 각종 신기하게 생긴 버섯이 수없이 많지만 이름은 모르겠다. 그냥 재미있는 모습만 찾아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