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16년 10월 16일 일요일, 흐리고 비
장소 :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북실리, 병방치 스카이워크
깊은 산골짜기의 아침 8시는 아직도 안개 속에 묻혀 잠들어 있다. 체크인 할 때 이미 3일치 숙박비를 다 지불한 상태이기 때문에 체크아웃 때 주인을 봐야할 필요도 없고 짙은 안개에 묻혀 곤히 잠든 사람들을 깨우기도 뭣해 룸키만 주인실 앞에 놓아두고 숲속의 캐슬을 떠나왔다.
야생화를 찾아 여러차례 동강을 올 때마다 유명한 한반도지형을 보고 싶었지만 내 혼자만의 행보가 아니어서 매번 아쉬움만 남았었는데, 이 번에는 꼭 동강의 한반도지형을 보고 가리라 목표 했던대로 정선을 떠나는 오늘 한반도지형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병방치 스카이워크로 차를 몰았다.
해발 819m의 병방산을 뱅글뱅글 돌아 올라 거의 꼭대기 지점에 스카이워크가 있다. 그 옆 주차장에 파킹을 하고 매표소로 갔다. 병방산은 층암절벽과 천 길 낭떠러지가 있는 험준한 곳이어서 천군만마가 근접치 못하는 요새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고, 병방치(583m)는 험한 병방산 허리를 뱅글뱅글 돌아 통행했던 길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스카이워크 입장료는 어른 2,000원인데 65세 이상은 30% 할인해서 1,400원이고 오늘은 관광객이 많지 않아서 한번 매표로 재입장도 가능하단다. 투명한 강화유리로 만들어진 스카이워크 바닥을 보호하기 위해 덧신을 신발 위에 겹쳐 신고 입장해야 한다.
해발 583m의 절벽 끝에 길이 11m의 U자형 유리 구조물이 설치되 있고 그 아래로 뱀처럼 굽이굽이 흐르는 동강의 풍경이 황홀하게 펼쳐진다. 하늘 위를 걷는 듯 바닥은 투명유리로 인해 어지러운데 저 아래 한반도 모양을 띤 밤섬의 모습이 안개 속에 보일 듯 말 듯 업드려 있다.
꿈속을 헤메듯 황홀경에 빠져있던 사진가에게 정작 중요한 문제가 생겼다. 키 보다 높은 유리벽 때문에 사진을 찍을 수가 없는 것이다. 유리벽을 통해 찍는 사진은 빛의 난반사로 인해 문제가 있고 머리 위로 카메라를 들어올려 짐작으로 각도를 맞춰 찍을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제법 멋진 한반도지형 사진이 잡혔다. 단지 안개가 아직 벗어지지 않은 상태여서 사진이 맑고 깨끗하진 못하다.
옆에 있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 본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계단을 끝까지 올라가면 병방산 정상 전망대로 올라가는 계단이었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스카이워크 모습만 찍고 내려왔다.
주차장 매점에서 정선 특산물 수리취떡장수 아저씨로부터 떡을 사면서 좋은 정보를 얻는다. 여기서부터 자동차로 100m 위에 있는 짚와이어 탑승장 주차장으로 갈 수있고 거기서 병방산 정상 전망대에 올라 한반도지형을 더 잘 볼 수 있단다. 일단 차를 몰아 짚와이어 주차장으로 갔고 거기서 전망대로 올라갔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은 숨이 막힐 듯한 절경이다. 요금 한 푼 내는 것 없이 툭 트인 전망을 방해 없이 마음껏 담을 수 있었다. 단지 흐린 날씨라 빛이 없음이 아쉽고 안개인지 미세먼지인지 뿌연 상태가 벗어지지 않음이 아쉬웠다.
아무리 기다려도 더 이상 선명하고 깨끗한 모습의 한반도지형을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되어 전망대에서 철수를 했다. 바로 옆에 세계 최고 높이 325.5m를 자랑하며 스릴과 재미를 제공해 주는 짚 외이어장이 있다. 짚와이어는 번지점프와 페러글라이딩의 장점을 합쳐 놓은 듯한 관광 탑승 기구이다. 병방산 정상에서부터 도착점인 정선읍 광하리 모평일원의 동강생태체험학습장까지 단숨에 데려다 준다.
스릴과 서스펜스 만점의 짚와이어를 타는데 왕복에 4만원이라는데 꼭 한번 타보고 싶은데 겁 많은 아내는 질겁을 한다. 다음으로 정선의 인심과 낭만이 넘치는 정선오일장에서 점심을 먹고 정선을 하직하기로 하고 꼬불꼬불 뱅글뱅글 병방치 길을 내려갔다.
정선장터에 도착한 우리는 당초 여행 출발전에 조선일보 기사에서 기자가 추천한 원조동곡할매손칼국수 집을 찾아 헤멨다. 주소를 들고 찾아 다니는 동안 시장 상인들의 친절한 안내와 찾게 해 주려고 애쓰는 성의에 또 한번 정선 인심의 푸근함을 만끽했다.
결국 우리는 동곡할매손칼국수집은 찾지 못했지만, 같은 주소지에 있는 식당인 대박집에서 정선 사람들이 먹는 곤드레나물밥과 부침개로 정선의 고유 입맛을 맛볼 수 있었다. 고급식당에서 내 놓는 곤드레나물밥은 대부분이 값을 많이 받기 위해 고급스럽게 만드는데, 여기서는 소박한 곤드레나물밥 한 그릇에 5,000원이다. 이 것이 진짜 정선 사람들이 먹든 원조 곤드레나물비빕밥이 아니겠는가.
정선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소박하고 인정많은 정선의 향기를 누릴 수 있었음이 행복했고, 그 향기로운 인심을 카메라에 담아내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못함을 아쉬워 하며, 대신 정선아리랑 한 곡조를 흥얼거리며 다음 행선지인 충주로 향했다.
정선아리랑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가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 든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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