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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출사/수도권

억울한 이름, 쥐똥나무 190529

전국에 산재해 있는 성지를 찾아 순례를 다니느라 올 봄엔 탄천을 나가보지 못했다.

성지순례를 마치고 나니 마음도 홀가분해져서 지금은 봄꽃도 다 지고 없는 때지만 무슨 꽃이 탄천을 지키고 있을까? 스마트폰 하나 달랑 들고 탄천으로 나갔다.

언제나 정겨운 탄천엔 뜨거운 태양아래 나무잎들도 초록색이 더욱 짙어져 가고 있었다.

 

 

 

 

 

 

 

 

 

징검다리를 건너려는데 개천가를  진한 향기가 가득 채우고 있다. 아까시아꽃 철도 지났는데 왠 향기인가?

시선을 들어 주변을 돌아보니 바로 쥐똥나무가 뿜어내는 향기이다.

 

 

 

 

 

 

쥐똥나무는 물푸레나무과 쥐똥나무속에 속하는 낙엽관목으로 학명은 Ligustrum obtusifolium Siebold & Zucc. 이다.

검은색의 열매가 마치 쥐똥처럼 생겨 쥐똥나무라고 부른다. 

남정목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데 남자들의 정력을 좋게 하는 나무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키는 2~4m 정도 자란다.

잎은 마주나는데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길이는 2~5㎝, 자루의 길이는 1~2㎜ 정도이다.

꽃은 5~6월경 가지 끝에서 총상꽃차례를 이루며 하얗게 무리져 핀다

 

 

 

 

 

 

 

 

이 나무의 가장 큰 특징은 나뭇가지의 강인한 생명력에 있다. 주로 산울타리로 심는데, 변덕스런 사람들이 이리저리 마음 내키는 대로 잘라대도 끊임없이 새싹을 내민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는 왕성한 가지 뻗음으로 빈틈 없이 항상 자리 메움을 한다. 그래서 울타리에 쓰는 나무로서는 다른 어떤 나무도 따라갈 수 없는 왕좌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공해에도 별로 개의치 않으며, 바닷가에서 소금바람이 잠깐 몰려와도 잘 견딘다. 이처럼 비록 타고난 덩치는 작지만 적응력이 매우 높은 나무다. 겨울이 그렇게 춥지 않으면 푸른 잎사귀 몇 개씩을 달고 반 상록 상태로 봄을 맞는다.

 

 

 

 

 

 

봄의 끝자락인 5월 말이면 손톱 크기 남짓한 새하얀 작은 꽃들이 원뿔모양의 꽃차례에 달린다. 화려함보다는 청초하고 귀여운 꽃이다.

 

 

 

 

 

 

 

 

 흰 꽃이 지고 난 후에는 초록색의 열매가 열리는데, 차츰 검은 보랏빛을 거쳐 깊어 가는 가을과 함께 새까맣게 익는다.

이 열매는 색깔이나 크기, 모양까지 쥐의 배설물과 너무나 닮아서 ‘쥐똥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왜 하필이면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쥐, 그것도 모자라 쥐똥에 비유하였느냐고 이름에 대한 비판이 많다.

 

 

 

 

 

 

이 나무가 속해있는 물푸레나무과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두고 왜 뜬금없이 쥐똥나무인가?

 이름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혐오감을 준다. 또 주거 환경이 아파트로 변하면서 쥐똥을 본 젊은이들이 거의 없어서 이름과 열매의 특징을 잘 연결 짓지 못한다.

북한에서는 쥐똥과 비유한 우리와는 달리 흑진주를 연상하여 순우리말인 ‘검정알나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붙이고 있다.

우리도 좀더 아름다운 이름으로 바꿔야 할 때가 된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