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명 : Abelia tyaihyoni Nakai
어쨌든 댕강나무는 이름의 독특함 때문에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진짜 댕강나무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분포지가 북쪽의 산악지방인데다 흔치 않아서다. 댕강나무는 우리나라 1세대 식물학자인 정태현 박사가 일제강점기 때 북한의 평안도 맹산에서 처음 발견했다. 덕분에 ‘Abelia mosanensis Chung’이라는 학명의 명명자(命名者)에 정 박사의 성이 들어 있다. 우리 식물 중에 이렇게 우리나라 학자의 이름이 들어간 경우도 흔치 않다. 불행히도 우리는 개화가 늦어지면서 다른 나라들에 비해 신학문의 받아들임이 한 박자 뒤처진 탓에, 우리 식물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외국인들이 먼저 학명을 붙여버렸다.
댕강나무속은 세계적으로는 약 30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7~8종 정도가 자란다. 다만 분류가 복잡하여 아직도 확정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종이 있을 정도다. 이영노 교수는 댕강나무속의 큰집격인 댕강나무를 비롯하여 털댕강나무, 섬댕강나무, 바위댕강나무, 좀댕강나무, 주걱댕강나무, 줄댕강나무의 7종으로 분류하였고, 이창복 교수는 정선댕강나무와 큰꽃댕강나무(꽃댕강나무)를 더 넣어 9종으로 분류했다. 이처럼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 차가 있고, 종간의 특징이 명확하지 않아 구분이 더욱 어렵다.
댕강나무속의 대표인 댕강나무는 키가 2~3미터가 고작인 작은 나무로 밑에서부터 줄기가 여럿으로 갈라진다. 잎은 마주보기로 달리며, 종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댕강나무는 톱니가 없다. 특징적인 형태는 줄기에 여섯 개 전후로 세로 줄이 있어 육조목(六條木)이라고도 부른다. 이렇게 줄기에 골이 생기는 나무는 흔치 않으므로 다른 나무와 쉽게 구분된다. 진짜 댕강나무는 골이 아주 얕게 생기며, 털댕강나무나 줄댕강나무 등은 더 깊고 명확한 골이 생긴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댕강나무속의 나무들은 댕강나무 이외의 종(種)도 대부분 희귀수종이라서 만나기가 어렵다. 다만 원예 품종인 꽃댕강나무는 정원수로 널리 심기 때문에 비교적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일반 사람들이 댕강나무라고 부르는 수종은 대부분 꽃댕강나무다.
꽃댕강나무는 이른 봄, 진한 녹색의 작은 잎을 단 가느다란 가지가 나올 때부터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여름에 들어서면 가지 끝에 꽃이 피는데, 길이 2센티미터 정도의 작은 나팔모양의 붉은보랏빛 꽃통은 녹색 잎과 대비된다. 이 꽃통은 끝이 다섯 개로 갈라지면서 지름 1센티미터 정도의 하얀 꽃이 피어 늦가을까지 꽃 피기를 계속한다. 꽃에서 강한 향기를 내뿜어 금방 꽃댕강나무가 어디 있는지 찾아낼 수 있다. 꽃댕강나무는 다른 댕강나무가 낙엽이 지는데 반해 반상록이므로 남부지방에서는 겨울에도 잎을 달고 있다. 댕강나무속의 영어 일반명은 속명 그대로 ‘아벨리아(Abelia)’라고 한다. 19세기 초 처음으로 중국에 들어간 식물학자이자 의사였던 영국인 아벨(Abel)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아벨리아란 이름은 이처럼 댕강나무속 전체를 말할 때도 있지만, 꽃댕강나무만을 가리키는 경우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