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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출사/수도권

화려한 패션쇼, 노란망태버섯 170802

장마철이 끝나간다.

비온 후 갠 날 아침에 노란 망토를 쓰고 패션쇼를 하는 노란망태버섯이 보고싶다.

아내와 지하철 미금역 5시 5분  첫차를 타고 수서역에서 내려 서울둘레길 대모산입구로 올랐다.

 

 

 

 

 

 

말뚝버섯목 말뚝버섯과 망태버섯속에 속하는 하루살이 버섯인 망태버섯은

대나무숲에서 자라는 하얀색 망토를 쓴 망태버섯(식용 또는 약용)과

잡목림 어두운 숲속에서 자라는 노란색 망토를 쓴 노란망태버섯(독버섯)이 주를 이룬다.

 

 

망태버섯은 땅속에 지름 3~5cm의 백색 밤알 모양의 덩어리가 생겨 자라 종모양의 갓을 쓴 버섯이 솟아 오르고

갓과 자루 사이에서 망사 모양의 망태가 퍼져 땅위까지 내려온다. 이 모습이 마치 화려한 레이스를 쓴 것 같다.

 

 

갓에서 노란 레이스가 퍼지는 시간은 대략 새벽 5시에서 아침 8시 사이이다.

두 시간 내외에 화려한 패션쇼는 끝나고, 쭈그러들기 시작한 망토와 줄기는 힘을 잃고 땅 위에 쓰러져 생을 마감한다.

여간 부지런해서는 전과정을 보기 힘들고 망토가 팽팽히 부풀은 순간의 모습을 보는 것도 쉽지 않다.

 

 

우리가 알고 있는 첫 자생지에 도착했을 때는 6시 30분이다.

두 개의 버섯이 나란히 올라와 막 노란색 망태를 펴 내리기 시작했다.

멋진 모양의 이 모델이 오늘의 주인공이 될것 같다.

 

 

 

 

 

주변을 뒤져보니 몇 개의 노란망태버섯이 있는데 일부는 이미 망태를 상당히 부풀리고 있다.

 

 

 

 

 

 

 

오늘의 주인공 옆에서 망태가 자라고 펴지는 것을 관찰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등산객 한 분이 조금 더 가면 더 많은 망태버섯이 있다고 알려준다.

들어보니 내가 아는 제2의 자생지인데 내가 다음 코스로 잡고 있는 곳이라 오늘의 주인공이 만개하기전에 다녀오기로 했다.

 

 

여기도 멋진 모델이 한창 망토를 펼치고 있다. 삼형제중 중간의 한 모델이 부러져 자라지 못하고 두 형제만 남아 아쉽다.

7시 8분부터 23분까지 15분동안의 패션쇼를 담았다.

 

 

 

 

 

 

 

 

 

옆에 있는 또 다른 모델을 담고 있는데 이 번에는 등산객 아주머니 한 분이 저 쪽에 군락지가 있어서 많은 수의 노란망태버섯이 피어 있더라고 알려준다.

참으로 친절한 분들이 많다. 그 분들께 감사드리며 얼른 그리로 옮겨 갔다.

 

 

 

 

 

 

 

 

 

등산길 지점번호 4-4 이정표가 서 있는 곳인데 여기서 좌측 정상으로 올라가지 말고, 우측 서울둘레길을 따라 가라고 등산객 아주머니가 몇번이나 강조 하셨다.

 

 

 

 

 

빨리 돌아가서 오늘의 주인공 모델의 팽창한 망토 모습을 봐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 짜증이 날 만큼 걸어 가노라니 과연 노란 풍선을 여기저기 던져 놓은 것 같은 군락지가 나왔다.

시계를 보니 8시 1분이다.

 

 

 

 

 

 

 

여기서 만난 노란망태버섯은 지금껏 대모산에서 본 것과는 달리 노란망태버섯 고유의 모습이다.

크기도 훨씬 작아서 고유의 노란망태버섯 크기이고, 색깔도 붉은 색이 훨씬 덜한 완전 노랑색이다.

아마도 누군가가 다른 곳에서 씨앗을 채취하여 여기다 뿌려 번식된 것이 아닌가 싶다.

 

 

 

 

 

 

 

 

 

 

 

 

 

 

 

조금 떨어진 곳에 지금까지 대모산에서 보던 모습과 같은 노란망태버섯이 피어 있다.

 

 

 

 

 

 

 

오늘의 주인공 노란망태버섯의 팽창한 망토모습을 보기 위해 서둘러 왔던 길을 되돌아 갔다.

돌아가는 길에 두 번째 자생지에서 만났던 노란망태버섯을 찾아 봤다.

완전히 팽창한 멋진 모습이다. 이 것이 오히려 오늘의 주인공 같다.

시계를 보니 8시 42분이다.

 

 

 

 

 

 

 

드디어 첫번째 자생지의 오늘의 주인공이 있는 자리로 돌아왔다 .

시간은 8시 56분이다. 처음 봤던 때로부터 2시간 26분이 지났다.

그런데 완전히 팽창되지 않고 많이 쭈그러져 있다.

시간상으로 볼 때 팽창을 지나 쭈그러지는 과정 같은데 더 두고 보기로 했다.

 

 

 

 

 

 

 

옆의 나무그늘에 있는 벤치에 누워 쉬다보니 잠이들어 버렸다.

깨어보니 10시 7분이다. 그새 한시간 11분이 흘러버린 것이다.

오늘의 주인공 노란망태버섯도 더 많이 쭈그러져 쓰러지기 일보전이다.

 

 

 

 

 

 

내가 오늘의 주인공으로 선정한 모델의 팽창해 가는 망토모습을 지켜보지 못한 것이 아쉽긴 하지만

그에 버금가는 다른 모델의 팽창한 미모를 감상했으니 다행으로 생각하고

대모산의 노란망태버섯 자생지를 세 곳이나 확보 했을 뿐만 아니라

두 가지 종류의 노란망태버섯을 마음껏 담을 수 있어서

운좋고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