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이맘때쯤 처음 만났던 끈끈이주걱이 생각난다.
재작년에도 봄가뭄이 심했고 여름 장마 때까지 가뭄이 이어졌었다.
야클 회원 몇이서 서울 근교에서는 볼 수 없었던 끈끈이주걱을 찾아냈다.
산의 계곡 습지에 살던 식물이 가뭄으로 말라 죽을까봐 매주 물통을 들고가서 물을 주었다.
그런 노력에 보답이라도 하는 듯이 보기 어렵다는 끈끈이 주걱이 피운 멋진 꽃을 담을 수 있었다.
올 해는 재작년보다 더 가뭄이 심하니 끈끈이주걱이 살아남았는지 걱정이 된다.
더구나 이제는 보살펴주는 사람이 없으니 더욱 살아남기가 어려웠을것 같다.
32도의 폭염을 무릅쓰고 세명이서 산을 올랐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물가물하는 기억을 더듬으며 계곡을 찾아갔다.
쏟아지는 땀을 연신 닦으며 산길을 더듬노라니 이윽고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장마가 시작되고 이틀동안 쏱아진 많은 비로인해 계곡물이 제법 폭포를 이룬다
삼각대를 지참하지 않아 저속 버전의 계곡물을 담을 수는 없지만 업드려 흐르는 물을 찍어본다.
한참을 오르노라니 바위 절벽 저 위에 원추리 한포기가 노란빛을 뽐내고 있다.
가파른 바위 절벽과 더운 날씨를 감안하여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하는데 굳이 모두 올라간다.
이 원추리를 찍느라고 너무 많은 기력을 소진해 버렸다.
들꽃사랑님이 왕년에 애용하던 목욕탕이란다.
젊을 때 인적이 한가한 이곳에 와서 멱감던 추억으로 회상에 빠져버렸다.
병아리난초가 살던 동네에서 드디어 병아리난초를 찾아냈다.
절벽 바위 틈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 온 생명력이 오랜 가뭄도 거뜬히 이겨내게 했나보다.
조금은 시기가 지나 옅은 보라색의 색갈이 바랫는지 아니면 흰색의 병아리난초인지 잘 분간이 안된다.
병아리난초 (http://blog.daum.net/ygkgyou/178)
지친 몸을 이끌고 간신히 끈끈이주걱이 있던 근처까지 도달했다.
아마도 저 폭포를 지나면 평지처럼 된 바위 위에 사는 곳이 있다고 기억된다.
드디어 끈끈이주걱이 살던 곳을 찾았다.
아뿔사 ! 애석하게도 극심한 가뭄을 이겨내지 못했나 보다.
살던 그 자리에는 잡풀만 남아있고 끈끈이주걱은 흔적도 없다.
아래 사진이 재작년 끈끈이주걱의 모습이다.
섭섭함을 달래주려는 듯이 작살나무 한 그루가 꽃을 피우고 빛을 받아 웃고 있다.
세상 만물의 삶과 죽음이 다 조물주의 순리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진리와
끈끈이주걱 대신 병아리난초의 강인한 생명력을 확인하고
탈진한 몸을 가누며 간신히 하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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